원자력발전소의 ‘심장’ 역할을 하는 원자로는 보통 1년 6개월마다 뚜껑을 열어 내부의 핵연료를 교체하면서 각종 점검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 헤드(뚜껑)를 제대로 열고 닫는 게 전체 정비 절차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방사능 유출 위험 때문이다. 그래서 직경 5m쯤 되는 원형의 원자로 헤드 테두리를 빼곡하게 둘러싼 볼트 수십 개를 조이고 푸는 기술은 ‘원전 정비의 꽃’으로 통한다. 볼트가 하나라도 미세하게 뒤틀려 있거나, 조여진 압력이 다르면 방사능 유출 위험이 커진다.
이 기술이 반영된 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세계에서 단 3곳. 그중 하나가 한국 기업이다. 볼트를 하나씩 조여주는 ‘SST(Single Stud Tensioner·단일 스터드 신장기)’와 볼트들을 한꺼번에 조이는 ‘MST(Multi Stud Tensioner·다중 스터드 신장기)’를 국산화한 무진기연이다. 스터드는 원자로 뚜껑을 고정하는 특수 볼트를, 신장기는 볼트를 당겨 팽팽하게 조여주는 기계를 뜻한다. 국내 원전 3분의 1, 한국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모두 이 회사 장비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