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거장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분홍색과 검은색 모자를 쓴 소녀’(1891)는 뽀얗고 통통하고 따스한 인물화로 대표되는 그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난 명작이다. 1890년대 르누아르는 세련된 모자를 쓴 젊은 여성을 즐겨 그렸는데, 화랑에서 “이미 많으니 그만 그려도 된다”고 만류할 때조차 그러했다. 르누아르는 이 그림을 파리의 화상 폴 뒤랑 뤼엘에게 250프랑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