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소설 ‘지리산’에 나오는 두 주인공 박태영과 이규는 대한민국 태동기에 활동한 지식인으로 그려진다. 둘은 좌익과 우익으로 갈리지만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암기력과 방대한 독서로 지식을 쌓아 서울대와 동경제대에 입학했다. 교실과 스승을 매개로 하는 지식 축적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앞서가고 미래를 개척하는 비결이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오랜 ‘교실과 선생님’ 구도가 깨지고 있다. 외국어 공부는 교실과 교사가 필요 없어지고 있다. 챗GPT로 외국어 학습 계획을 직접 짜고 AI에 “오늘은 미국과 화상 학술회의를 해” 같은 상황을 제시한 뒤 AI와 해당 외국어로 대화한다. 대화가 끝나면 챗GPT가 문법 오류나 어색한 표현을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