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보금자리를 꾸린 후엔 일요일 오전마다 아내와 함께하는 작은 습관이 하나 생겼다. 거실에 앉아 방송 프로그램 ‘동물농장’을 본다. 방영 20년 넘는 장수 프로그램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프로그램에 새로운 시도가 여럿 생겼음을 알았다. 신기한 동물 재롱 잔치를 넘어, 동물권을 보호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걸 여러 번 보았다. 한번은 상태가 심각한 개 번식장을 찾아 병든 개들을 구출하더니, 다음번엔 쓰임이 끝난 은퇴 경주마를 죽게 하는 잔혹한 폐마(廢馬) 목장까지 취재했다.
폐마 목장 사건을 보고 마음이 쓰여 찾아보니, 웬걸. 원래 퇴역한 경주마는 그런 식으로 처분하진 않았다고 한다. 예전엔 퇴역한 경주마들이 은퇴 후에 주로 유원지에 자리를 잡았다 했다. 현역 시절만큼 호사를 누리진 못해도, 가족이나 연인이 탄 마차를 끌고 유원지를 다니며 여생을 보내는 게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무거운 마차를 끄는 늙은 말이 불쌍하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동물 단체가 이를 동물 학대라고 비판하자, 결국 유원지 마차는 사라졌다. 열악하더라도 여생을 보낼 ‘일자리’가 사라지니, 결국은 은퇴한 말도 폐마 목장까지 내몰려 짧은 삶을 마치게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