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생존력에도 조물주가 맡긴 역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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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생존력에도 조물주가 맡긴 역할이 있다

10월 말 들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얼치기 주말 농부’의 손은 허전하다. 땡볕이 유난히 숨 막힐 듯했던 지난여름, 늦은 나이에 호기를 부리다 자칫 저세상으로 갈 것 같아 두 달여 도망갔더니 엉망진창이 됐다. “드디어 때가 왔다”며 칡과 환삼덩굴이 천지를 뒤덮어 여타 작물들의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낫·제초기 등을 대동해 결전에 나섰으나 이미 늦었다. 평소 주말에만 자연 속에 머물며 농부를 흉내 내지만 숲과 나무, 꽃 그리고 새소리에 꽂혀 삶의 지향을 바꾼 후 꽤 세월이 흘렀으니 감사할 일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배부른 짓을 자랑 삼아 하고 있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가까운 이들은 “사서 고생한다” “남는 장사를 하라”고 나무란다. 잡초 제거에 헉헉거리다 몸의 마비 현상을 겪는가 하면 수확물을 시장값과 견줄 때 농기구와 비료·모종값 등의 합산가인 본전에 한참 밑지는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다.

주말 농장에서 키운 고구마. ‘주말 농부’ 생활은 쉽지 않지만,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깨닫는 큰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고혜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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