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20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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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20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생대구탕이 팔팔 끓었다. 주인장은 테이블 끝에서 뚝배기 국물을 대접에 옮겨 담았다. 맑으면서도 하얀 국물을 떴다. 그 순간 친구들과 떠났던 속초 여행이 떠올랐다. 겨울이었고 여행 내내 몸을 떨어가며 추위를 견뎠다. 군대 가기 전 돈을 모으고 시간을 짜내 떠난 여행이었다. 셋이 돈을 합쳐도 회 한 접시 먹기가 빡빡했다. 빨간 등대 밑에 앉아 민박집에서 빌려온 통기타를 치며 놀았다. 손이 얼어 기타를 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허기가 졌다.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면 여기가 속초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어김없이 생선국이 나왔다. 생선 토막 하나 들어 있는 맑은 국이었다. 하지만 막상 먹고 나면 기름지고 뜨끈한 맛이 신기할 정도로 온몸 가득 퍼졌다. 그것이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신논현역에서 내려 언덕을 오르고 비탈을 내려가니 ‘노들강본채’라는 간판이 보였다. 오래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곳이었다. 누군가는 해외 주재원이, 누군가는 스스로 사장이 됐다. 바빠서 못 보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예전 같지 못한 모든 것에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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