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호주 멜버른대에서 리처드 롭슨 교수는 학생들이 나무 공에 막대를 연결해 분자 구조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나무 공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구멍을 낼지 고민하던 그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구멍의 위치 자체가 이미 분자의 설계도 아닌가?’ 구멍을 내는 좌표와 각도가 곧 분자 구조를 결정한다는 통찰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롭슨 교수는 구리 이온에 유기 분자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구조체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그의 예상대로 이온과 분자가 자기 조립으로 규칙적 격자를 이루었고, 내부에 수많은 구멍이 촘촘히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