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가 재개발로 휑해졌다. 허허벌판 귀퉁이, 아직 헐지만 않았지 체온이 진작 식어버린 골목이 몇 남았다. 썰렁한 그곳을 벗어나면 바로 딴 세상. 명절 정치 하느라 내건 현수막이 거리마다 펄럭인다. ‘보름달처럼 환한 한가위 되세요’ ‘마음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 흔해 빠진 ‘추석’보다 ‘한가위’를 주로 써서 멋스럽기도 한데. ‘되세요’ 때문에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