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원로 과학자들은 ‘국보급’ 대우를 받는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은 정년이 지나도 최고의 학문적 권위를 지닌 과학자를 ‘원사(院士)’로 예우하며 연구 자문, 정책 조언, 학문 후진 양성에 참여하도록 지원한다. 원사는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지위로, 국가적 상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단순한 명예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신직에 가까운 학문적 지위를 보장하며 국가 중대 과제 자문, 인재 선발, 학술 방향 제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 내 학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서 원사 발언은 큰 무게를 지닌다.
한국 상황은 다르다. 과거 과학기술계의 최고 연구자들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기 위해 2005년 ‘국가석학 제도’를 도입했지만 4년 만에 없어졌다. 노벨상 받을 과학자를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로 출범했다. 당시 파격적 대우로 5년 동안 매년 2억원(이론 분야 1억원)을 지원했고, 연구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20억원까지 댔다. 외국의 ‘스타 패컬티(star faculty)’를 모델 삼아 국보급 인재를 예우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05~2008년에 매년 10명 안팎씩 총 38명이 선정됐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된 뒤 국가석학 제도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교과부가 국가석학 대신 ‘리더 연구자’ 사업으로 제도를 개편하면서 최고 과학자 우대라는 상징성을 지닌 제도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개별 대학이나 학회 차원의 ‘명예 교수’ 정도가 남아 있다. 뒤늦게 지난달 정부는 65세 정년을 적용하지 않고 최고 수준의 연구를 지원하는 ‘국가석좌교수’ 제도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