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풀리아(Puglia)의 여름은 낮의 열기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해가 지면 땅은 천천히 식기 시작하지만, 열기를 품은 붉은 점토층이 달빛을 머금으며 다시 빛난다. 붉은 토양, 미세한 염분, 바람이 만든 이 광경을 풀리아 사람들은 ‘붉은 밤(Notte Rossa)’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에는 과학적 원리도 숨어 있다. 풀리아의 토양은 산화철(iron oxide) 성분이 풍부한 붉은 점토로 이뤄져 있다. 해가 낮게 깔릴 때 산화철 입자에 빛이 반사되면 붉은빛이 퍼지고, 아드리아해와 이오니아해 사이를 가로지르는 미세한 염분 입자와 흙먼지가 이 산란 효과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달이 낮게 뜨는 여름밤에는 실제로 붉은 달빛이 감도는 ‘레드 문(red moon)’ 현상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