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안도 다다오(84)의 마곡 LG아트센터(2022)는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콘크리트 미학의 절정이자, 동시에 새로운 전환점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는 과거의 기하학적 질서와 절제의 언어를 넘어 한층 더 서사적이고 감각적인 건축을 제시한다. 이곳에서 안도는 단순히 공간의 미장센을 조율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체험의 작곡가’로 변모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튜브’라 불리는 대각선 통로가 있다. 이 거대한 원형 공간은 관객이 예술의 세계로 진입하는 상징적 장치이자, 그가 스스로의 건축 언어를 갱신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실험적 무대다.
튜브는 길이 약 100m, 높이 10m 규모로 건물을 대각선으로 관통하며, 방문객의 이동 경로를 하나의 서사로 재편한다. 그 안에서 사람은 걸음을 옮길수록 건축의 감각적 층위를 체험하게 된다. 이전의 안도가 극도로 절제된 질서 속에서 고요함과 명상적 침묵을 강조했다면, LG아트센터의 튜브는 적극적인 경험의 건축을 향해 있다. 이 변화는 단지 미적인 차원의 진화가 아니다. 그것은 안도의 사유가 공간을 통해 다시 인간으로 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튜브를 경험하는 관객은 도시의 시간에서 벗어나, 건축이 부여한 또 다른 차원의 ‘감각의 시간’ 속으로 들어선다. 소리의 잔향, 발걸음의 울림, 공기의 온도가 결합되어 하나의 체험적 악장을 이룬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주체적 존재로 살아나며, 그 움직임 자체가 건축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