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호의 시보다 낯선] 절망 속에 우뚝 선다, 망가져도 기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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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의 시보다 낯선] 절망 속에 우뚝 선다, 망가져도 기쁘기에

오산하의 첫 시집 ‘첨벙 다음은 파도’(창비)에는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화자들이 거듭 등장한다. “계속 걸었어 뚝 뚝 흘리면서 걸었어”(‘시드볼트’). 목적지가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방향감각 같은 건 없”(‘야광 인간과 손 맞잡고 걷기’)다고 말하며 마치 형벌처럼 불분명한 걸음을 이어가는 이들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잃은 세대의 그로테스크한 자화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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