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사는 의사 지인은 취미가 낚시다. 아산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해외 원정 낚시를 다니더니, 결혼 전엔 기어코 낚싯배까지 샀다. 오죽하면 방어(魴魚)가 많이 잡혀 방어진이란 이름이 붙은 곳에 개원까지 했을까. 그는 낚시가 바다에서 하는 ‘가챠(ガチャ·확률형 뽑기 게임)’라고 했다. 낚싯대를 끌어 올릴 때까진 어떤 물고기를, 얼마나 잡을지 모르기에 즉석 복권을 긁듯 운을 시험하는 재미가 크단다. 생계로써 낚시를 하는 게 아니니, 잡은 고기도 보통은 놓아 준다고 했다. 본인은 고기보다 통증을 더 잘 잡는다나. 그런데 사실 그런 행동은 인간 본능에 가깝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저서 ‘행동’에서 쾌락 호르몬 도파민(dopamine)은 쾌락이 아니라 쾌락의 기대에 반응해서 분비된다고 주장했다. 낚시 상황에 대입하자면, 큰 고기를 잡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큰 고기를 잡을 거라 기대하며 낚싯줄을 던질 때가 훨씬 더 재밌다는 것이다. 낚시는 여기에 확률적 요인까지 겹친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에 따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을 칠 때마다 밥을 주는 것보단, 종을 칠 때마다 확률적으로 보상을 주는 게 더 큰 의존성을 만든다. 어쩌다 한 번씩 고기가 잡히는 게 더 재밌는 이유이자, 가챠 게임이 중독성 높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