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 식민 지배의 흔적인 ‘왜색(倭色)’은 하루아침에 지워지지 않았다. 창씨개명이 완료되고, 한국어 신문이 폐간된 1940년 8월 10일부터 한반도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는 창씨개명한 교사와 학생들이 일본어로 수업했다. 해방 이튿날 아침, 각급 학교 교장은 조회를 열고, 공식 석상에서 5년 만에 처음 쓰는 한국어로 “이제부터 나를 아마기 교장이 아니라 조 교장으로 불러달라”는 식으로 자기의 한국 이름을 소개했다. 그러고는 “전쟁은 끝났으며 오늘부터는 한국어로 수업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