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 분할 소송에선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최대 쟁점이 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16일 실체 판단 없이 “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최 회장 측에 전달됐더라도 불법 자금이어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비자금의 존재와 전달 여부와 관련한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이미 수사를 벌이고 있어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가 규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진행될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비자금은 2023년 6월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처음 들고나왔다. 모친 김옥숙 여사가 ‘선경(SK의 옛 이름) 300억’이라고 쓴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등을 제출하며 “아버지가 지원한 돈이 SK 성장과 주식 가치의 발판이 된 만큼 부부 공동 재산 형성 기여도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SK 측은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과 사돈 관계이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 자금을 요구해 약속의 의미로 어음을 발행해 준 것”이라고 했다. 비자금 300억원을 실제로 받은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