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성 6년 차가 된 대학 동기 카톡방이 있다. 이름은 ‘안티 현미 클럽’. 친구 A의 병문안을 했던 인연들인데,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 반드시 현미가 들어간 밥이나 술을 곁들인다. 다 함께 현미를 오도독 씹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의 피해자인 A에게 위로를 보내고, 다시는 정부에 속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A는 2020년 여름 급성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결혼 준비를 했는데, 신혼 전셋집을 두고 약혼자와 ‘서울 역세권 구축 복도식’과 ‘언덕배기 신축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중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6·17 대책과 임대차 3법 쓰나미를 맞았다. 며칠 새 전세 물량이 확 빠지거나 2억원 이상 폭등하는 아비규환이 펼쳐지자 A는 약혼자와 서로를 탓하다가 파혼했다. 구내식당과 BMW(버스·지하철·걷기)를 애용하며 재형저축으로 목돈을 모았던 친구는 자고 나면 부동산 시세가 1억~2억원씩 뛰는 현실에 억울해하다 쓰러졌다.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잖아.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