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국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들은 ‘고소득 일자리’를 내세워 한국 MZ 세대를 유인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의 취업난을 이용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조직들은 한국에서 이른바 ‘장집’(대포 통장 모집책)을 통해 자금 세탁을 위한 ‘장주’(통장 명의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장집과 장주 상당수는 20·30대라고 한다. 한국인들에게서 가로챈 범죄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한국 청년들의 통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갈수록 열악해지는 청년 노동시장과 선후배 중심의 인맥 구조가 맞물려 서로를 범죄 조직으로 넘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감금돼 고문을 당하다 지난 8월 숨진 20대 대학생 A씨는 같은 대학 선배인 홍모씨의 권유로 캄보디아를 찾았다. 홍씨도 대포 통장(차명 계좌) 모집책 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와 연동된 은행 계좌는 통상 1000만~2000만원에 거래된다. ‘장책’이라 불리는 통장 모집책은 온라인 광고를 통해 계좌 대여자에게 세탁 자금의 1~3%를 수수료로 떼어 주겠다며 돈이 급한 MZ 세대를 꼬드기고 있다. 그렇게 캄보디아 현지로 찾아온 이들을 세탁 자금 인출을 막기 위해 볼모로 붙잡고 각종 사기 범죄에 가담시키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