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인사가 역대급으로 늦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현 정부 출범 4개월이 넘었는데도 고용노동부(9일)·과학기술정보통신부(16일) 정도만 빼곤 대부분 부처에서 1급 공무원(실장급) 인사가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입니다. 1급 공무원은 차관 바로 아래로, 정무직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입니다. 이들도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물갈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리 사표를 받는 게 관례여서 이미 상당수 1급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일괄 사표를 받았고, 보건복지부도 1급 인사 전원이 사표를 냈습니다. 교육부도 최근 1급 4명이 사표를 냈습니다.
1급 인사는 보통 대통령실에서 최종 승인을 하는데, 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조직 전체가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1급들은 “관례라지만 이미 사표 낸 상태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마음이 붕 뜬 실장님과 일하는데 서로가 고역”이라며 “나가는 사람에게 의욕을 기대할 수도 없고, 책임지는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새로 임명된 차관보다 기존 1급 공무원이 고시 선배인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차관 입장에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1급 인사가 1급에서 끝나지 않고 국·과장 인사로 연결된다는 겁니다. 실장급 인사를 해야, 그 빈자리에 따라 국장, 과장 인사도 줄줄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부처들에선 “인사로 새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조직 시계가 전 정부 때에 그대로 멈춰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