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프랑스어 에세이를 번역하다가 ‘멜랑콜리’를 ‘우수(憂愁)’라고 옮겼다. 원고를 검토한 출판사의 젊은 편집자가 멜랑콜리로 놔두는 게 낫다고 했다. 한자어는 되도록 안 쓰는 게 좋다고 했다. 마치 포도주를 와인이라고 부르듯이.
11월이 또 온다. 멜랑콜리가 함께 온다. 프랑스에서 나온 로베르 사전을 뒤적인다. 멜랑콜리는 “몽상을 동반한 슬픔”이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몽상은 무엇인가. 무의식의 극장인 꿈과는 다르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모호한 정념이나 상상의 쾌락을 만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