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욕실의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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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욕실의 부처님

‘욕실과 화장실에도 부처가 계신다.’ 일본 스님 마스노 슌묘의 책 ‘스님의 청소법’(유노책주)에 실린 글 중 하나의 제목입니다. 선불교에서 중시하는 수행 중 하나인 ‘청소’를 통해 마음의 먼지를 닦아 내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선사(禪寺)에서 입을 열어선 안 되는 세 곳을 뜻하는 ‘삼묵당(三默堂)’을 설명합니다. “좌선을 하는 곳으로 승려가 머물기도 하는 승당(僧堂), 동사(東司)라고 불리는 절의 화장실과 욕사(浴司)라고 불리는 절의 욕실입니다.”

선의 세계에선 좌선하는 곳과 마찬가지로 화장실과 욕실도 중요한 수행 공간이라 조용히 해야 하는데, 화장실과 욕실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가 계시기 때문이라네요. 화장실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오추사마명왕’인데, 부정(不淨)한 곳에서 깨달음을 얻고 나서 부정을 청정으로 바꾸는 덕을 갖춘 ‘화장실 부처’로 받들어졌답니다. 욕실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발타바라보살’. 발타바라보살이 입욕 중 큰 깨달음을 얻은 데에서 유래해 선사의 욕실에는 반드시 부처가 모셔져 있고, 수행승은 매번 목욕하기 전 이 발타바라보살을 참배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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