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풍운아, ‘건달 할배’ 채현국(1935~2021)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1988년 가을이다. 그땐 채 선생이 어떤 분인지 전혀 몰랐다. 학위를 받고 갓 귀국한 내가 김상기 교수의 서울대 대학원 세미나를 청강할 때다. 헤겔 ‘정신현상학’에 대해 김 교수와 가장 격렬한 논쟁을 벌인 이는 철학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아니라 허름한 차림의 채 선생이었다. ‘저분이 대체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논전이 이어졌다.